인생에 낙이 없다... 요즘처럼 내외적으로 스트레스가 만땅인 적도 없는 듯. 전에 같으면 우울모드로 혼자 땅굴 팠을텐데 이상하게 요즘은 스트레스가 온전히 느껴지는데도 우울감이 심하진 않다. 뭐, 잠들기 전에 폭발적으로 우울감이 오는 날도 있긴 한데 예전처럼 심한 건 아니고...
나이 한살 먹고 더 불안해지고 마음속으로 더 조급해지고 현실을 잊어보려 하지만 잊으려 한다고 현실이 어디 도망가는 게 아니니까. 언제나 그림자처럼 현실이 졸졸 따라오고 있고.. 다른 방면에서 스트레스 이빠이 받아온 엄마는 나 또한 이 모든 걸 힘겹게 지고 가고 있다는 걸 가끔 잊고 날 감정의 쓰레기통으로 쓴다. 그리고 나도 폭☆발. 물론 엄마도 얼마나 힘든지 아니까 나도 진정하면 바로 사과한다. 우린 서로가 서로에게 상처를 주고 있다.
아빠는 내 앞에선 평소엔 과묵하고 아무렇지 않은 듯, 쿨한 척 하면서 술만 먹고 들어오면 (취중진담인지 무엇인지-.-) 평소에 쌓아뒀던 것을 다 토해낸다. 돈을 얼마를 썼니, 카드를 얼마를 긁었니, 자기 죽으면 유산 안 준다니 어쩐다니. 저번에는 썬글라스를 하나 사려는데 시중에서 사면 얼굴에 안 맞대서 안경점 가서 사겠다고 해서 한 며칠 그런가보다 싶었더니 엊그제 술 진탕 마시고 들어와서는 왜 자기가 그렇게 갖고 싶어하는 썬글라스를 아무도 안 사주녜서 인터넷 쇼핑몰에서 결국 하나 사줬다. (본인 왈, 술 마시는데 쓰는 돈은 안 아까운데 안경 사는 돈 같은 건 매우 아까우시다고 한다. 그러면서 썬글라스를 안 껴서 시도때도 없이 눈물을 주륵주륵 흘리고 계시다고.) 어제 배송 온 안경 어떠냐고 물었더니 내 앞에선 렌즈가 괜찮다고 그랬으면섴ㅋㅋㅋㅋ 엄마한테는 싸구려 같다고ㅋㅋㅋㅋ..ㅡㅡ 참나. 사줘도 말이 많네. 오늘 또 술 잔뜩 자시고 들어오셔서는 내가 돈을 얼마를 썼네, 카드를 몇 번을 긁었네 말이 많으시다. 누가 보면 몇 십만원 쓴 줄 알겠네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오늘 3만원쯤 썼고 그 중 1만원만 내 개인적으로 쓰고 나머지 2만원은 엄마 심부름이었는뎈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씨발. 꼭 술만 마시고 들어오면 이렇게나 징징대면서 사람 속을 잔뜩 긁어놓는다.
가만 보면 서로가 참 이기적이다. 말로는 서로 힘든 거 안다 어쩐다 하면서 다 자기 힘든 것만 챙기는 중. 누구 하나 서로를 배려할 생각이 전혀 없는 것 같다. 나조차도.
그래서 병원에 있을 때가 그렇게나 편했나보다. 더 불편할 낯선 사람들 틈에서도 잠도 잘 자고 밥도 잘 먹고 기분도 나쁘지 않았고...
무엇이 문제인지도 잘 알고 해결방법도 잘 알면서 아무것도 안 하고 손 놓고 있는 내가 제일 멍청하고 바보다. 이 굴레를 만든 건 나인데 스스로가 스스로에게 고통을 주고 있어, 병신 같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