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20일

diary
2017.03.20


지난 주에 ㅇ와의 만남에서 쓰지 못한 얼리버드 쿠폰을 마감이 오늘까지이므로 꼭 쓰는 것으로 하고 서둘러 일찍 일어났다. 일어나 누운 자리에서도 그냥 쿠폰을 쓰지말까, 쓸까를 두세번 고민한 후에 겨우 일어나 세수를 했다. 쉬러 나가는 거지만 어쩐지 오늘은 화장을 공들여 해보고 싶었다. 보통 이런 날에는 눈화장을 안 하는 편인데 오늘은 얼마 전 새로 산 미샤 섀도우로 눈매에 살짝 음영을 줘봤다. 티 나지 않으면서도 눈이 깊어 보인다. 괜찮다. 눈썹도 공들여 그려본다. 어쩐지 삐뚤한 느낌 없이 잘 그려진다. 이런 날에는 꼭 잘 그려진단 말이지. 립스틱도 베이스와 포인트로 두 개를 발라본다. 내가 생각했던 그런 색이 표현되지 않았지만 나쁘지 않으므로 넘어가기로 한다.


어제까지만 해도 짱짱했던 봄 날씨가 오늘은 구름이 잔뜩 껴 공기마저 텁텁하게 느껴졌다. 갔는데 너무 사람이 없으면 어쩌지, 생각했던 음료를 마시는 게 나을지 다른 걸 마실지, 사이즈를 다시 생각해야할지 쓸데 없는 고민을 하다 스벅 도착. 고민은 정말로 쓸데 없었다. 오늘이 마감인 얼리버드 쿠폰을 쓰러 온 사람은 나뿐만이 아니었으며 점심시간에 가까워져서 그런지 벌써부터 직장인들이 커피 한 잔 하러 줄 서 있었다.


음료는 미리 생각했던대로 화이트초콜릿모카에 에스프레소휘핑. 그랑데 사이즈로 할까 하다가 단 것도 별로 안 좋아하고 혼자 두 잔을 다 마셔야 하기 때문에 양이 많아질 것 같아 톨 사이즈로만 시켰는데 나중을 생각해보니 잘한 것 같다. 화이트초콜릿모카로 한 건 별 이유가 없었다. 그냥 내 맞춤추천이라면서 스벅에서 메일로 보내줬기 때문이다. 그런데 진짜 맞춤추천인지 의문이다. 난 그냥 프로모션 음료 중에 모카 종류가 많아서 많이 마셨을 뿐이지 모카를 별로 안 좋아한다. 너무 달아서. 역시 마셔보니 달다. 톨 사이즈로 시키길 잘했어.


앉아서 몇 달 동안 질질 끌고 있던 <보바리 부인>을 편다. 이제서야 2부를 읽기 시작했다. 이야기가 슬슬 궤도에 오르려 하는 참이어서 그런지 잘 읽혀진다. 재밌다. 두 잔의 커피 중 한 잔의 커피를 마신다. 쉬엄 쉬엄 읽다보니 어느새 한 시간이 지나있었다. 2부 7장 까지 읽었고, 커피는 한 잔을 다 마셨다. 손 대지 않은 나머지 한 잔을 들고 자리를 정리한다.


카페를 나서고 버스를 타 도서관으로 향한다. 지지난주에도 봤던 사서가 아직 바뀌지 않고 그대로 있었다. 책을 반납하고 며칠 전부터 생각했던 책을 대출했다. 차병직 외 공저 <안녕, 헌법>과 유시민 <후불제 민주주의>. 사실 원래 생각했던 책은 <지금 다시, 헌법>이라는 책이었는데 도서관에 없었다. 거기다 알고 보니 <지금 다시, 헌법>은 2009년에 나온 <안녕, 헌법>을 작년에 개정증보한 판이었다. 따로 희망도서로 신청할까 했지만 도서관의 사정상 4월 이후 들어온다길래 그냥 신청하지 않고 옛 판으로 보기로 한다. 책을 훑어보니 몇 년 전에 잠깐 배웠던 헌법 수업이 스쳐 지나갔다. 대통령 파면이라는 초유의 사태가 일어난 후 헌법을 다시 생각하게 됐는데, 그때 호기심으로 헌법을 조금이나마 배워둔 게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역시 학교 다닐 땐 관심있는 것들은 배우는 게 좋은 것 같다. 어차피 이러나 저러나 취업은 안 되는 걸. 그나저나 이번에도 책을 다 읽을 수 있겠지? 요즘은 그래도 좀 읽는 편인데.


간행물실에 들러 잡지를 조금 읽고, 근처 마트에서 심부름도 하고 집으로 돌아온다. 집에 와서 보니 한쪽 이어폰의 이어캡이 없어져 있었다. 이어폰 새로 산지 한 달인가 두 달인가 밖에 안 됐는데, 시발. 방으로 들어와서 거울을 살짝 봤는데 분명 그릴 땐 잘 그려졌다고 생각한 눈썹이 오른쪽의 눈썹꼬리가 뭉툭하게 돼 있었다. 왼쪽은 정말 예쁘게 잘 그려져 있음에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