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코세척

diary
2017.08.25


참다 참다 못해 결국 코 세척 세계로 입문


콧물이 흐르기 시작한 건 꽤 오래 됐는데 심하지도 않고 심각한 편이 아니라서 조금씩 신경 쓰일 때마다 이비인후과 가서 약 3일치 먹으면 나아졌다가 다시 콧물이 흐르고를 반복. 코가 심각하게 막히거나 그런 건 아니라서 방치했는데 이게 큰 실수였다.... 갑자기 최근 들어 일어나면 이미 코가 막혀있고, 전에 같았으면 일어난지 얼마 안 돼서 코가 뚫려야 하는데 이제 코가 뚫리지 않고 거의 하루종일 코가 막혀있다. 그러다가 코감기 걸린 것처럼 코 안 깊숙히서부터 목으로 코가 넘어감ㄷㄷㄷㄷ 안 그래도 어렸을 때부터 가래 끓는 게 좀 있었는데 콧물과 합체하여 코가래로 진화. 하루종일 목을 점령하여 목 통증을 유발하게 됨. 코랑 목이 하루종일 답답하니까 저녁 때쯤이면 두통 폭발ㅠㅠ


그리하여 7월에 병원 방문하여 3주 가까이 항생제를 들이부었다. 처음엔 약 먹자마자 코가 뚫리는 신세계를 경험했으나 몸이 항생제에 적응해버렸는지 점점 텀이 길어지더니 이젠 약을 먹어도 안 듣는 지경에 이르게 된다. 3주 가량의 치료 끝에 의사는 별 말 없이 또 오란 소리가 없길래 나도 더이상 돈 낭비하고 싶지 않아 병원을 끊었다.


8월에는 날씨가 워낙에 더워서 코는 별로 신경이 안 쓰였음. 슬슬 더위도 잦아들고 가을이 올락말락 올락말락 하니까 코가 또.......!


고민 고민 하다가 코 세척을 해보게 됐다.


이상민이 미우새에서 썼다는 노즈스위퍼+분말가루를 살까 어쩔까 했는데 세척 한번도 안 해봤는데 벌써 그렇게까지 템 투자(?)해도 될까 싶어서 일단 초심자에 걸맞게 (그리고 별로 비싸지도 않은) 주사기로 해봤다


막상 사려고 한 오늘 되니까 코가 좀 나아지는 기미가 보여서 당황했으나 ㅋㅋㅋ 계획을 접지 않고 그대로 샀다.


주사기 6,500원, 코 세척용 생리식염수 1,300원. 다른 블로그 보니까 주사기 4,000원에 파는 것도 봤는데 왜 우리집 앞은 6,500원짜리를 주는 거지? 식겁...


하기 전엔 귀로 들어가면 어쩌지? 걱정을 했는데 막상 주사기 갖다대니까 그런 생각 안 듬ㅋㅋㅋ 오히려 주사기 압력차 때문에 식염수가 빨리빨리 코로 안 들어간닼ㅋㅋㅋㅋ 처음이라 아직 손에 안 익어서 반대쪽 코로 나오는 거 반, 입으로 넘어오는 거 반ㅋㅋㅋㅋㅋㅋ 앗, 짜!


코 세척하고 나서 콧속을 보니 잔뜩 부풀어 코 막을랑 말랑 밀당을 하던 하비갑개가 잔뜩 가라앉았다. 확실히 세척을 하고 나니 숨 쉬는 클라쓰가 다르다. 아, 이게 내가 전에 맡았던 공기구나. 이 공기가 이렇게 시원하고 좋았다니! 어렸을 때부터 20대 중반까지 비염의 ㅂ자도 이해를 못했는데ㅠㅠㅠㅠ 어쩌다 이런 지독한 녀석에게 걸려버렸을까ㅠㅠㅠㅠㅠ


단, 아직 후비루는 안 고쳐짐ㅠㅠㅠㅠㅠ 금방 코에서 목으로 뭔가 뜨뜻한 게(...) 넘어가는 게 느껴진다ㅠㅠ 첫 술에 배부르랴. 당분간 좀 해보고 하기 전이랑 다를 게 없다 싶으면 다시 병원의 도움을 받아볼...까...ㅠ



하는 방법

1. 약국에서 코 세척용 주사기와 생리식염수를 구비한다

2. 손을 비누로 씻는다

3. 생리식염수 100cc를 컵에 따라 전자렌지에 20초 정도 돌린다 (냉장고에 보관했을 시 40초)

4. 주사기에 50cc를 담는다

5. 화장실 세면대 앞에 서서 고개를 살짝 숙이면서 앞으로 내밀고 한쪽 코에 주사기 노즐을 꼽고 생리식염수를 발사한다. 발사하면서 아~~~ 소리를 길게 내준다

6. 반대쪽도 똑같이 해준다

7. 화장지로 코를 아주 살~짝 풀어주면서 콧 속 잔여물을 정리해준다


그러나 하비갑개가 금방 다시 부풀었다ㅡ,ㅡ

이 방법은 비염의 보조적 치료법이지 완전한 치료법이 아님을 다시 한번 깨달았다 (주르륵)

하지만 세척 전엔 답답했던 코 깊숙한 안쪽이 세척 후엔 보송보송한 느낌이 들긴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