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하고 싶었는데 무려 12시간 점검을 한다길래(..) 게임은 포기하고, 드라마나 볼까 하다가 밀린 영화도 많다는 생각에, 가장 먼저 "우주전쟁"부터 꺼내봤다.
일단 SF영화라고 내밀고 있지만, SF영화라기 보다는, 극한 상황과 공포에 닥쳤을 때 인간의 심리가 어떤가를 집중조명하는 휴먼드라마 같았다. 물론, 딸과 아들을 위해 고군분투하는 아버지를 그린 가족드라마 같기도 했고. 여튼 어느 면모든지 외계인 등 기타 흔히 생각할 수 있는 SF적인 면모는 거의 없다는 게 이 영화의 흠이라면 흠이겠다.
그래서 그랬는지, 몰입도 하나는 짱이었는데, 사실 어떤 극한의 상황을 다루는 영화에서(전쟁영화라던가, 재해 영화라던가.) 그런 극한 상황에 닥쳤을 때의 인간의 모습을 제대로 조명받기가, 혹은 조명하기가 힘든 것 같은데 이 영화에서는 외계인의 침공과 헤아릴 수 없는 수많은 사람들의 죽음을 목도하는 주인공과 주인공 가족들이 느끼는 공포와 패닉을 여실히 느낄 수 있어서 좋았다. 특히 주인공 레이의 딸로 나오는 레이첼의 비명 연기가 한몫 단단히 해줬는데, 대사의 80% 가까이가 꺄아아아악~ 지르는 것뿐이라서 목이 많이 상하진 않았을까 걱정까지 됐을 정도였다. ...연기를 너무 잘했길래 나중에 크레딧 찾아보니 이 레이첼 역을 맡은 배우가 그 "다코타 패닝"이었다는 사실!!! 다코타가 왜 그렇게 어렸을 때부터 주목받았나 했더니 이런 연기력 덕택였구나 라는 생각에 다코타 패닝을 다시 봤다.
초중반부는 그렇게 패닉에 빠진 주인공들을 보느라 깊이 몰입해서 봤는데 중후반부부터 전개가 으응?스럽더니 결말은 너무나 허무했다;;;;; 아마 여기서 별점이 많이 깎일 듯. 인간의 피를 빨아가는 외계인도 잔인하긴 잔인했지만, 그러다가 뜬금없이 미생물 어택을 받아 뒤지는 외계인이라니;;;;;; "우주전쟁" 속 외계인들의 지구침공은 결국 자멸을 부른 것이었다;;; ㄷㄷㄷㄷ 아무튼 주인공들은 외계인에게 손끝 하나 대지 않았지만 외계인들은 알아서 죽어줘서;;; 지구는 평화를 맞게 되었다. 이뭐병.
또 한 가지 드는 생각은, 외계인들이 인간이 상상할 수 있는 정도를 훨~~~씬 넘어서는 물건이나 기술을 가지고 있지 않는 한, 미군만으로도 쉽게 외계인을 물리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헐리웃 영화라 미군이 웬만큼의 버프를 더 받기야 하겠지만은, 어째 실제 미군이라면 외계인을 물리치고도, 오히려 외계인을 침공할 수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까지 들어서. ㅎㅎ
여튼 재밌게 잘 봤다. 결말이 좀 허무했지만은 역시 톰 크루즈 라는 생각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