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화 / The Return / 2012 / ★★★
오랫동안 보지 못했던 친구와의 재회라고 해야 할까, 아니면 열광해 마지않았던 옛 우상의 귀환이라고 해야 할까. 'T.O.P'가 10대의 한복판을 관통했을 이들에게 신화의 컴백은 분명 남다른 구석이 있다. 5년이 멀다하고 사라지는 별들의 전쟁터에서 10년이 넘도록 이들은 서로간의 신뢰를 놓지 않았고, 그렇게 키워 간 존재감은 여전히 기대의 원천으로 작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8집의 'Once in a life time'과 9집의 'run'을 거치며 뚜렷해진 하향세, 그리고 곧바로 이어진 병역의무로 공중분해되는 모습을 보여주었지만, 타 그룹과 달리 '언젠간 돌아올 것 같다'라는 인상을 가져다 준 것은 이 여섯 명이 유일하지 않았나 싶다.
많은 걸림돌을 제거하고 약속을 지켜 낸 모습은 분명 반가움으로 다가온다. 여중고생들에게 그치지 않고 20~30대까지 아우를 수 있는 '남성'으로서의 캐릭터가 강했다는 것이 첫 번째, 모든 멤버들이 꾸준히 활동하며 실력상승과 함께 인지도를 놓지 않았다는 점이 두 번째, 여기에 본인들의 강한 의지가 세 번째 요인으로 작용하며 겨우내 긴 동면에서 깨어날 수 있었다. 하지만 기뻐할 새도 없이 서서히 수면위로 떠오르는 것은 과연 이들이 변화된 시장에 대한 리스크 극복의 판을 제대로 짜왔는가, 추억팔이에 그치지 않은 진정한 복귀를 천명할 수 있는가 하는 현실적인 안건들이다.
사실 유영진이 없는 신화는 항상 음악적인 불안에 시달려 왔다. 최초 히트작이었던 'T.O.P'에 이어 사실상 롱런의 초석을 다졌다고 할 수 있는 'Only one', 의자 퍼포먼스가 아직까지도 회자되고 있는 'Wild eyes'와 '멋진 남자들'의 완성판이었던 'Perfect man'까지. 이 콤비는 에스엠 역사상 최고의 밸런스와 호흡을 보여주었고, 그 둥지를 나와서 언급할 만한 곡은 아무래도 'Brand new' 이외에는 전무했다. 그래서 결국 본인들의 스타일을 양보하고 트렌드와의 타협을 모토로 삼은 반면 퍼포먼스 적인 측면에서는 고집을 꺾지 않았다. 적합한 무게중심을 잡으려 고심한 끝에 내린 결론이었을 것이다.
'Venus'를 이어폰이나 스피커로만 접했을 때 낯설게 느껴지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인트로부터 심상치 않게 울려 퍼지는 일렉트로니카 비트와 그 선로를 따라 음절 단위로 분리되는 후렴은 '신화다운 음악'을 정면으로 부정하는 기색을 보인다. 그것이 'Brand new'가 연상되는 역동적인 커플안무와 결합되는 순간 묘한 화학반응이 일어나기 시작한다. 냉정하게 따지면 최선이라고 보기는 힘들지만, 유행에 매몰되지 않고 이를 적합한 형태로 흡수하는 공력을 효과적으로 내보인다. '아직 죽지 않았구나'라는 생각이 드는 시점이다.
이에 반해 유사한 맥락의 'Red carpet'은 유약한 선율과 공간이 뜨는 사운드메이킹으로 인해 집중력을 놓치고 있고, 'Hurts'는 최근 유행하는 알앤비 발라드의 벽에 갇히며 초반부를 밋밋하게 몰아붙인다. 새로운 변화로서 함박웃음을 지어줄만한 트랙은 따로 있는데, 우선 솔리드의 정재윤과 아지아틱스(Aziatix)의 에디 신이 팔을 걷어붙인 'Let it go'에 한 표를 던진다. 감정이 함축되어 있는 건반 리프에 절제되어 있는 디스토션 기타가 애절함을 극대화시키며 또 다른 영역에의 진출을 도모한다. 여기에 1960~70년대의 필라델피아 소울을 자연스럽게 소화해낸 'Be my love' 역시 반드시 플레이리스트에 들어가야 할 곡이다. 무리한 복고로의 회귀가 아닌 욕심 없이 가볍게 담아 낸 펑키함이 의외의 어울림을 동반해 낸다.
곡마다 완성도가 들쑥날쑥해 역작이라고 할만한 < Only One >(2000)이나 성공적인 홀로서기를 일구어 냈던 < Brand New >(2004)에 비견하기에는 무리가 있는 것이 사실이다. 그래도 관록의 한방을 갈고 닦아 보여 줌으로서 후배들에게는 모범을, 대중들에게는 여전한 믿음을 보여 줬다는 것이 이번 신작이 가지는 의의라고 할만하다. 모두가 1세대 아이돌은 모두 끝났다고 말할 때, 그 미미한 가능성을 저버리지 않고 돌아온 것은 말 그대로 이들 뿐이었다. 신화는 가요사에 남을 바람직한 견본그룹으로서의 위용을 갖추었다. 더 이상 반론의 여지는 없다.
추천곡 : 1. On The Road, 3. Venus, 6. Let It Go, 9. Be My Love
- 2012/04 황선업
신화 / This Love / 2013 / ★★☆
전작이었던 'Venus'의 기조를 잇는다. 영미 트렌드를 적극 반영한 일렉트로니카 클럽 튠의 세련미는 여전히 여섯 남자의 등장음악으로 손색이 없지만, '4년만의 컴백'이라는 어드밴티지가 더 이상 없다는 점을 고려한다면 조금은 불만족스러울 법도 하다. 최근 추세에 맞춰 후렴의 멜로디를 배제하고 간주를 강조해 퍼포먼스를 극대화 시키려 한 의도가 초반에 잘 쌓아온 비트의 긴장감과 맞물리지 못해 각기 따로 노는 듯한 인상을 주는 탓이 가장 크다. 그로 인해 파생된 밋밋한 곡 구조를 'We live for this love'라는 한 구절로 소생시키기엔 원 포인트의 매력이 덜하다. 무대를 위한 음악에 집중하는 것도 좋지만, 좀 더 '듣는 것'과 '보는 것'의 밸런스를 고민했어야 했다. 예전 그들은 분명 오디오만으로도 충분히 그 남성미를 발휘하곤 했었으니까.
- 2013/05 황선업
- - - -
이런 전문가 리뷰를 볼 수 있는 데가 있을 줄 몰랐는데. 오호라. 개인적으로 타이틀곡으로만 따지면 Venus <<<
This Love라 생각해서 위의 디스럽에 대한 전문가 리뷰에 대해서는 공감가지 못했다. hurts에 대해서도 전문가와 다른 생각이구... hurts 전반부가 밋밋했나?;;;; let it go나 be my love에 대해서는 동감하지만은. 리뷰를 읽다보니 확실히 빠수니, 빠수니가 아닌 일반인, 전문가들이 보는 시선은 각각 다르긴 다르구나라는 걸 느꼈다. 아니면 걍 내 취향이 이상한 걸지도...;
참고로 The Classic 앨범에 대한 리뷰는 없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