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우스 오브 카드 시즌3 (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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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03.22

난 성격이 급하고 기다리는 걸 별로 안 좋아해서 엄청나게 중요한 결말의 반전 스포 정도가 아니라면 영화든 드라마든 보기 전에 웬만한 리뷰들 뒤적뒤적해서 읽어보고 마음의 준비(?) 같은 걸 해두고 보는 편이다. 이번 하오카3도 한 달이나 지나서 보게 돼서 사람들이 하오카를 보고 뭐라고 하는지를 지켜보고 스포도 당할만큼 당하고 봤는데, 우려와는 달리 그럭저럭 괜찮게 잘 본 것 같다.

 

사실 초반엔 너무 너무 재미가 없었다. 1-2시즌의 비열하지만 화통하게 상대를 밝아 찌그러트려 이기는 프랭크가 인상 깊고 (나쁜 주인공이지만) 재밌었는데 시즌3의 대통령이 된 프랭크는 여기저기 공격만 받고 깡패 같은 러시아한테 이리저리 휘둘리기만 하는 모습이 무기력해 보였다. 그리고 전체적으로 어두운 패턴으로 진행되는 정치-외교 씬들은 지루하게 느껴져서 자꾸만 패스하고 싶게 만들었다.

 

하지만 어느 순간부터인지 모르겠지만 중후반부터는 재밌어졌다. 아무래도 클레어가 un 대사직에서 물러난 직후부터인 것 같다. 본격적으로 경선에 뛰어들고 화살받이나 간신히 하던 프랭크도 뭔가 기지개를 펴는 것 같아 극의 재미를 더했다.

 

누구는 "사랑과 전쟁"이라 비유하던 후반부였지만 난 별로 그런 느낌은 못 받았다. 톰 예이츠와의 대화 이후 클레어가 극도로 흔들리던 모습을 보이던데, 클레어의 방황은 사실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이미 시즌1에서도 몇 번 반항(?)을 한 적이 있었다. 뭐, 이번이 제일 심한 축이긴 하지만. 클레어의 쌍년짓도 이번 시즌에서 스케일이 유난히 커서 도드라져 보이는 것이지, 그것 또한 이게 처음도 아니고. 어쨌든 클레어는 쌍년이 맞지만.


클레어가 뭘 하고 싶어하는지 잘 모르겠다. 지금까지는 프랭크와 함께 권력의 정점에 서서 쥐고 흔들고 싶어하는 줄 알았는데, 이것 저것 해봐도 안 되니 회의감이 들었던 건가.....;; 피날레에서의 프랭크 말마따나 이상적으론 동등한 동반자가 되고 싶어하지만 내면엔 프랭크가 강하게 끌어주길 바랬던 거 같다. 클레어가 이기적인 것도 맞고. un 대사직을 남편에게 억지로 밀어붙이게 하고, 러시아와의 외교에 깽판을 놓고, 감정적으로 접근해 자기나라 군인 몇 명 희생시키고, 도대체 이게 이기적인 게 아니면 뭐가 이기적이지 않은 건지 모르겠다.

 

솔까, 대사직을 남편이 대통령이라는 빽으로 낙하산 탔으면 잘하기라도 하지, 여기서 훼방 놓고 저기서 훼방 놓고;;; 프랭크 지지율은 바닥인데 도움 하나도 안 되고, 자리 만들어준 프랭크 얼굴에 똥칠까지 했으면 프랭크 말대로 영부인 일이라도 제대로 해야 하는 거 아닌가? 가장 쉬운 일이자 기본적인 것조차 못하면서 혼자 결정해서 무언가를 이루는 건 어떻게 할 것인가? 그런데도 가장 섬세하게 접근 해야 할 외교를 맡겠다니.

 

뭐, 클레어 이야기는 이쯤으로 하고.

 

 

이번 시즌 키 인물은 역시 더그 스탬퍼라 하겠다. 그가 없는 프랭크는 클레어의 각종 똥칠로 중후반까지 화살을 수천번을 얻어 맞었다. 프랭크 곁이 아닌 더그는 바닥까지 내려앉았다. 주인공은 아니지만 이번 시즌3는 감히 더그의 생존기 라 부르고 싶다. 프랭크는 포스를 제대로 보여주지 못하고 클레어는 위에 썼다시피 한 짓이 많아서. 그리고 또 프랭크는 음모를 꾸밀 때 더그랑 쿵짝쿵짝 할 때가 가장 재밌어서.... 이번 시즌은 그다지 음모가 많이 나오진 않있지만.... 어쨌든 두 사람이 다시 뭉쳤으니 다음 시즌에 나올 선거전은 어쩌면 이번 시즌보단 재밌을 수도 있을 것 같다.

 

던바&샤프는 뭐.... 그냥 그랬다...; 멘도자가 오히려 프랭크와 대적할만한 상대라 생각했는데 어이없이 리타이어해서 좀 싱거웠달까... 저 둘은 다 여자기도 하고.. 아직은 당 경선일뿐이었지만. 본격적인 선거루트로 가면 강려크한 공화당 후보가 프랭크랑 격돌하게 되겠지. (그러기를 바란다)

 

하나 신경 쓰였던 건 레미 댄튼. 이 사람 성격이 너무 무뎌지게 변한 것 같아서.... 시즌2 까지는 돈과 권력에 대한 욕망이 확고하게 보였던 것 같은데 아무리 재키한테 흔들렸다지만 너무 어이없이 모든 걸 다 버릴 정도가 됐다는 건 좀.... 수석보좌관 자리에 있으면서도 특별한 리액션도 없었고... 아쉬운 캐릭터였다.

 

다음 시즌은 시즌1 때처럼 밀어 붙여지지만 아슬아슬하고 번뜩이는 아이디어로 하지만 냉혹하게 밟고 짓이기는 프랭크의 모습이 나왔으면... 몰락시킬 거면 아예 확 몰락시키던가. 이도 저도 아니라면 그냥 나쁜 놈 전성시대 만들어줘. ㅇㅇ