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리에 관한 만화를 봤는데 읽으면서 나만 그런 게 아니었구나라는 생각이 들어서 조금 위로가 됐다. 난 사실 대학 1~2학년 때까지만 해도 생리통을 모르고 살았다. 그 스트레스가 심하다던 고3 때 생리통은 잠자다 아파서 깰 정도는 반년에 한번? 그때도 어쩌다 갑자기라서 약 먹지 않아도 될 것 같았고 (당시 기숙사에 있었는데) 다들 자는 동안 화장실 가서 한 20~30분 끙끙대다 보면 나아져서 다시 잠 잘 잤으니까 이게 그렇게 아픈 건 줄 몰랐지. 내 기숙사 짝꿍은 원래 몸이 허약하고 생리통도 엄~~청 심한 아이였는데 생리통으로 끙끙 앓다가 쓰러지거나 조퇴한 적도 많았지만 그 아이의 고통을 이해할 순 없었다. 내가 직접 겪어보기 전까지.
정확히 언제인지는 모르겠는데, 언제부턴가 생리통이 느껴지기 시작했다. 그때도 약보다는 민간요법으로 해결하려고 했었는데, 뜨거운 찜질팩으로 1시간 정도 아랫배에 대고 있다보면 나아져서 한여름에도 찜질팩을 끼고 살았다. 그리고 어느 순간부터 찜질팩의 열기로도 생리통을 잠재울 수 없게 되었다.
그 다음에는 다음카페 인기글로 올라온 테이핑요법을 해봤다. 약국에서 파는 스포츠테이프(은근 비싸다. 6,000~10,000원 가량)로 아랫배와 허리를 붙였는데, 처음엔 잘 먹히는 듯 했다. 하지만 생리통의 고통은 테이핑의 근육진정효과조차 뚫고 나왔다.
찜질을 해줘라~ 생리대를 바꿔봐라~ 테이핑해봐라~~ 무슨 혈자리를 자극해라~~ 이런 민간요법 다 소용없다. 그냥 진통제 먹는 게 최고더라. 이것저것 해봤지만 결국 약 먹는 것만큼 가장 싸고 가장 효과 좋은 방법이 없는 것 같다. 이제는 그냥 약을 먹는다. 생리 시작할 때 한번, 생리 이튿날 통증 심하면 또 한번. 절대 빈속에 먹지 않고 복용간격을 최소 6시간 이상은 맞춰서 먹는다. 약국에서 생리통이 그렇게 심하면 철분앰플이랑 같이 먹어보라고 권하기도 해서 몇번 그렇게 해봤는데, 철분앰플은 일단 매우 비싼데다(10앰플에 25,000원) 약간의 부작용이 있고(흑변을 볼 수 있다. 굉장히 무서움;) 딱히 큰 효험을 보지 못해서 안 먹어도 될 것 같다.
내가 생리통으로 고생할 때마다 엄마는, 엄마 자신도 생리통이 심했다며 젊었을 때는 생리통 때문에 아파서 뒹굴뒹굴 굴러다닐 정도였다고 한다. 지금이야 온갖 진통제들이 널려있어서 3,000원만 있으면 쉽게 진정시킬 수 있지만 정보도 훨씬 적었던 그땐 어떻게 했을까? 출산을 하면 생리통이 줄어든다고들 하니 임신해서 애를 낳는 수밖엔. (우연히도 우리 엄만 꽤 젊은 나이에 나를 낳은 편이다)
그래도 나는 쓰러져서(쓰러질 뻔한 적은 있었지만.) 응급실에 실려가거나 약이 듣지 않는다던가 그런 건 아니라서 다행이다. 하지만 수많은 사람들이 한 달에 며칠, 이것 때문에 엄청난 고통에 시달리는, 혹은 그 고통 때문에 생리 직전에 엄청난 불안감에 휩싸이는 사람이 많을 것이다. 나만 해도 생리 직전에 생리통 때문에 불안해서 미칠 지경이었으니.
어서 기술이 발전해서 자궁을 떼어버릴 수 있었으면ㅋㅋ;; 좋겠다. 아니면 탈부착식은 어떨까? 축복받은 고통? 성스러운 고통?? 그딴 거 다 필요없으니까 당신이 내 생리통 겪어보라고 하고 싶다. 축복받지 않아도, 성스럽지 않아도 좋으니 안 아팠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