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게 뭔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다시 생각해봐도 마가 단단히 끼었거나 저주를 온몸으로 받고 있거나 제대로 재수가 옴 붙은 게 분명하다.
지난 수요일 점심, 반지의제왕2를 보고 나온 나는, 조조영화였던데다가, 무려 3시간 45분짜리 영화에다가, 잠도 거의 못잤던(한 2시간쯤 잤으려나) 터라 아무리 생각해봐도 버스 타고 가다가 졸도할 것 같아서 택시 타고 빠르고 편하게 집에 가기 위해 택시승강장으로 향했다. 친구의 배웅을 받아 택시를 타 목적지를 말하고 이어폰을 귀에 꽂고 음악 좀 들으려는 찰나, 퍽!!! 하는 충격음과 함께 택시가 멈췄고 뒤를 돌아보니 버스가....
그렇다. 출발한지 5분도 안 된 택시가 뒤에 오던 버스한테 치인 것이다...
택시 아저씨 급당황하고 나도 급당황해서 방금 헤어진 친구한테 전화하고 버스 아저씨 나와보고 아무튼 서로가 서로를 당황어색(?)해하는 가운데 택시아저씨가 나더러 얼른 병원에 가보라고 해서 그 왕복 8차선 도로 한가운데에 일단 내렸다.
나는 아저씨가 택시를 잡아준다던가 연락처를 준다던가 뭔가를 해줄 줄 알았는데 아저씨도 당황했는지 아무 조치도 없이 나더러 병원에 가라고만 해서 일단 내려서 도로 한가운데에서 택시를 잡아봤는데 또 그럴 땐 택시가 없음ㅡㅡ 다행히 빨간불이라 조심조심해서 중앙선쪽으로 얼른 가서 횡단보도를 건너 집으로 가는 버스를 타는 데 성공. 아빠한테 전화 걸었더니 아빠가 일단 큰 병원부터 가라고 해서 집 근처 종합병원으로 고고싱.
*어렸을 때 교통사고 당해본 적 있었지만 보행 중에 다친 거라 구급차 불러서 실려가본 적은 있어도 내가 내 발로 병원 찾아가 본 적이 없어서 사고수습을 어케 하는지 몰랐는데... 사고 당사자의 연락처를 받아놓는 것이 중요하다. 난 몰라서 연락처를 안 받아놨는데 다행히 택시에서 내리자마자 택시와 버스 번호판을 핸드폰으로 찍어서 연락을 할 수 있었다. 사고 나면 연락처 교환은 필수다.
*병원에 교통사고로 접수를 하게 되면 "사건번호"를 알려달라고 하는데, 이 "사건번호"는 보험사에 접수된 사고번호를 말한다. 보험사에 접수된 이 번호가 없으면 보험료 청구가 되지 않고 몽땅 자가부담... 하지만 나중에 보험접수가 되면 환불받을 수 있음.
집 근처 종합병원에서 검사받을 때까지만 해도 별로 안 아팠는데 병원 나오니 허리부터 허벅지 근처까지 찡하게 울리더라. 결국 입원행.
그렇게 내 평생 두 번째 입원이 시작됐다. 15년 전이나 그때나 여전히 병실동기(?)는 할머니들이었고, 그때와 다른 점은 그땐 8인실이었는데 지금은 4인실이고, 그땐 TV가 무료가 아니어서 500원짜리 동전을 수도 없이 넣어야만 겨우 TV를 볼 수 있었는데 지금은 무료였고(게다가 화질도 좋아!), 와이파이도 뻥뻥 터진다는 것이다.
처음에는 정말 어이가 없었다. 별 거 아닌 줄 알았는데 상황이 점점 커지더니 입원을 하고 왼손엔 링겔까지 맞고 있는 내 자신. 마침 또 그날 옆 병상에 문병객들이 어찌나 많이 오던지. 난 나 혼자 와서 입원하고 누워 있으려니 쓸쓸하다 못해 눈물이 절로 맺히더라.
그런데 조금 지나니 낯가림 쩌는 내가 어느새 익숙해져서 잠도 잘 자고 밥도 잘 먹고(사고 난 날 하루종일 못 먹어서...) 물리치료도 잘 받으러 가고, 어색해 하지도 않고, 의외로 시간도 잘 가서ㅋㅋㅋㅋㅋ 씻는 게 불편한 거 빼고는 잘 지낸 것 같다.
이틀 지나니까 보험회사에서 연락이 와서 눈에 보이지 않는 밀고 당기기(...) 끝에 합의를 보고 바로 퇴원. 하, 이 순간이 제일 어려웠어... 혼자 있었으면 합의 잘 못 봤을 듯....
어쨌든 그렇게 내 불행은 끝난 줄 알았는데........
퇴원하고 다음 날 할머니 생신잔치 갔다가 고기를 듬뿍 먹고 쏟아지는 눈을 맞고 집에 온 나는........... 버스에서부터 더부룩했던 배를 설마...? 했었는데 집에 와서 소화제를 먹자마자........ 먹자마자.......... 우우웨에에엑.
설사는 자주 해도 구토는 몇 년에 한 번 있을까말까, 그것도 술을 엄청 진탕 마시지 않는 한 토한 적이 거의 없는데... 체해서 토해본 건 15년도 더 넘어본 듯. 다 토하고 나서 시원해지길래 괜찮아진 줄 알았더니 토를 덜했던가 아직도 뭔가 남아있었던 모양인지 그 다음날까지 속이 답답하고 온몸에 힘이 다 빠져나가서 하루종일 누워만 있었다. 그리고 이제서야 정신 차려서 이 글을 쓰는 중.
벌써 이번 달 3주만에 장염, 교통사고, 구토.... 장염 심하게 걸려서 물설사를 하는 동안에도 주변인들이 액땜이라고 너 올해 대박날 거라고들 그랬는데 교통사고 나서도 액땜...ㅡㅡ 갑자기 체해서 10몇년만에 구토한 것도 액땜인가? 액땜 몇 번 해야 대박나려는 거지?;;;; 아니 올해 얼마나 대박나려고 액땜을 이렇게나 받는 거야?? 나 로또 당첨되거나 숨겨져 있던 재산이라도 나오는 건가???
정말 액땜 소리도 한두번이어야지 계속 듣다보니 짜증만 나고ㅋㅋㅋㅋㅋ큐ㅠ
이렇게 된 거 누가 내 앞으로 거금을 남겨줬으면 좋겠다ㅡㅡ 이런 거 아니면 성 안 찰 것 같아. 나 완전 화났어.
이제 사고는 그만, 올해 대박나게 해주세요 제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