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이 지나

diary
2018.09.04

1

입 막고 살 수 있었으면 좋겠다. 내가 하고 싶은 말 하지도 못하는데 저 사람은 나한테 해도 될 말 안 해도 될 말 가리지 않고 퍼붓는데 난 나이가 어리다는 이유로, 사회생활 후배라는 이유로 왜 할 말도 못하고 살아야 하는지 모르겠다. 자기는 그런 말을 해도 되지만 나는 그렇게 말을 하면 안 된다고 한다. 내가 옳다 하더라도 그 생각을 입 밖으로 꺼내면 안 된다고 한다. 차라리 입을 막고 살 수 있었으면 좋겠다. 그딴 말 못 듣게 귀도 막고 싶지만 영화나 드라마는 봐야 하니까. 아무 것도 하지 않고 아무 고민 없이 유유자적 영화나 보며 드라마나 보면서 가끔 음악도 듣고 질리면 책도 읽고 하는 인생이나 살면 얼마나 좋을까.


이러니 내가 어딜 가서 뭘 할 수 있을까.

주변에 사람이 없는 것도 다 이따위 성격 때문이겠지. 근데 이제는 그냥 물 흐르듯이 살고 싶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한 사람이라도 더, 조금의 인연이라도 하면서 집착했었는데 그게 다 무슨 소용이냐면서. 친하지도 않은 사람들 맘에도 없는 비위 맞춰가며 살고 싶지도 않고 굳이 꼭 친해야 되나는 생각도 들고.



여기까지 썼는데 벌써 지치고 질린다. 쓰는 게 귀찮아 다이어리 카테를 없앨까 말까 고민중이다. 정말로. 올해 들어서는 사실 블로그를 없앨까 말까 고민을 했었다. 이게 다 무슨 의미가 있는가 싶어서. 뒤엎고 싶어도 포스트가 1,000개가 넘고... 옛날 그 어느 날처럼 일일히 포스트 하나씩 봐가며 정리하던 때에 비해 시간이 흘렀고 나는 많이 지쳐있다.


2

내 몸뚱아리는 돌아가면서 하나씩 아프다. 어느 날은 입 안이 아팠다가 그게 나으면 허리가 아프고 그게 나으면 눈이 시렵고 그게 괜찮아지면 무릎이 아프고 그게 괜찮아지면 엉덩이가 아프고 그게 해결되면 배가 아프다. 배 아픈 게 고쳐지면 얼굴이 뒤집어지고 얼굴을 진정시키면 생리가 터진다. 몸이 괜찮다 싶으면 마음이 아프다. 왜 하루라도 온전히 괜찮은 날이 없을까.


3

어쩔 수 없이 나가야 하는 것 말고는 최근엔 외출을 삼가했다. 8월에는 너무 더워서. 더위가 지나가고 나니 비가 많이 와서. 비가 그치고 나니 굳이 나가야 할 필요를 찾지 못해서. 볼 영화도 없으니 전시회라도 갈까 했더니 마음에 차는 전시회가 없다. 이제 영화는 지방에서도 충분히 볼 수 있지만 역시 지방에서 괜찮은 전시회를 보기는 아직도 힘들다. 곧 큰 전시회가 시작하는데 예년에는 친구들이랑 갔었지만 이번에는 혼자 갈까 생각중이다. 친구랑 가고도 싶지만 혼자서 한번 가보고 싶다.


4

18년도 어느새 9월이다. 시간은 속절없이 흐르고 나는 항상 시간을 속절없이 보내고 나서야, 그제서야 한탄만 한다. 그게 제일 쉬우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