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원래 오늘 일정은 집에서 아침겸점심을 간단하게 먹고 영화 <레버넌트>를 보러 갈 생각이었지만 갑작스런 눈보라와 추위로 침대밖으로 도저히 나가고 싶지 않아 취소하고 몇 시간을 더 잠을 잤다. 이로써 벌써 이번 달에만 두 개의 영화를 놓치고 말았다. 지난 주 아이맥스로 재개봉한 <매드맥스>와 이번 <레버넌트>. 한 번 놓친 영화는 잘 안 보는 편인데, 확 와닿지 않는 영화는 계속해서 고민하게 되는 것 같다.
- 개인적으로 이것저것 생각이 많아져서, 그런 생각의 구렁텅이로 빠지지 않게 바깥 활동을 열심히 해줘야 하는데 지금까지 답지 않게 따뜻했던 날씨였는데 급작스럽게 추워져 어쩐지 때맞춰 도와주지 않고 있다..... 아무도, 아무것도 없는 곳에 혼자 있고 싶다. 머릿 속을 비울 수 있다면 고민주머니를 탈탈 털어내고 싶다.
- 도서관에 책을 반납하고 (드디어 2016년 목표 중 하나였던 요코미조 세이시 <가면무도회>를 기어이 완독하였다.) 또다른 목표였던 책 하나와 민망스럽게도 아직 접한 적이 없었던 주제 사라마구 <눈 먼 자들의 도시>를 빌렸다. 신간들도 좀 찾아보고 간행물들도 좀 보면서 도서관에 좀 오래 있고 싶었는데 눈도 많이 오고 바람도 불고, 도서관 주변 길들이 빙판 직전의 상황이라 어서 도서관쪽에서 벗어나고 싶어서 그냥 나왔다.
- 미샤가 어제부터 섀도 1+1 행사 중이라, 눈이 오는 와중에(...) 게으른 내가 또 언제 갈 수 있을까 싶어서 근처 미샤를 들어갔다. 바람이 많이 불고 눈도 많이 와서 행사 중임에도 손님은 나 혼자뿐이었다. 여러 고민 끝에(돈이 많았다면 전부 사고 싶었으나...ㅋㅋㅋㅋ) 마룬앰버와 치아바타색을 고르고 트리플 섀도를 하나 샀다. 밖으로 나와 버스정류장으로 가는 길은 마치 시베리아를 연상케 할 정도로 엄청난 바람과 무서운 바람소리와 눈보라가 휘날렸다. 귀가 떨어져 나갈 것 같아서 두 손으로 귀를 감싸며 버스를 기다렸다.
- 집 근처에서 내려 스타벅스로 향했다. 블리자드 같은 눈보라 속을 뚫고 들어가 시즌음료인 "벨벳 바닐라 카푸치노"를 주문하고 통신사 혜택으로 벤티 사이즈로 업했다. (지금 와서 곰곰히 생각해보니 톨 사이즈로 시켰을텐데 사이즈업을 왜 벤티로 해줬지? 이 음료는 그랑데가 기본인가...;) 어쨌든 음료를 받고 2층 자리에 앉아 주제 사라마구 <눈 먼 자들의 도시>를 읽으며 눈이 잦아들길 기다렸다.
- 작년 겨울 시즌음료였던 "토피넛 라떼"를 여러 사정으로 마셔보지 못해서ㅋㅋㅋ 기필코 이번 시즌음료는 꼭 먹어야겠다! 생각했던 터라 전부터 눈 여겨보던 "벨벳 바닐라 카푸치노"를 시켰는데, 그냥 라떼랑 비슷하고 엄청 달지도 않고 쓰지도 않고 적당히 아주 맛있었다.
- <눈 먼 자들의 도시>는 정말 술술 잘 읽혔다. 에세이를 제외하고 근래에 이렇게 잘 읽힌 소설은 제작년 김영하 <살인자의 기억법> 이후 오랜만인 것 같았다. 그것보단 조금 더디게 읽었지만.
- 책 읽는 와중에 신혜성의 브이앱 알림이 떠서 졸지에 카페에서 브이앱을 시청했다. 오빠가 너무 귀엽고 좋아서 카페에 혼자 앉아 있으면서 보는데 표정관리 하느라 죽는 줄 알았다ㅋㅋㅋ
- 그렇게 두어시간을 앉아있었으나 눈이 잦아들기는 커녕 시간이 지날수록 쏟아져 내려서 결국 음료를 다 마시자 더 늦기 전에 집에 가야할 것 같아 카페를 나섰다.
- 그나저나 오늘이 벌써 19일이라니....ㄷㄷㄷ