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병(?)일기]

diary
2017.01.04

분명 병원을 다녀왔는데 오히려 병원 안 갔던 주말보다 더 심하게 아파서 너무 억울해서 트이타에 내 맘대로 연재(?)했던 글. 내가 원래 트위터 글 정리를 자주 하는 편이라 이것도 왠지 나중에 지울 것 같아서 여유 있을 때 옮겨와본다. (어쩐지 남겨두고 싶다.... 아까움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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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월 2일

PM 3:36

피곤한 일을 전혀 안 하는데 왜 피곤해서 아픈 거라고 하시는지 모르겠다... 아파서 피곤한 건데.. 기운이 없어서 그냥 대꾸도 안 했다


선생님 잘 생기고(...) 목소리 겁나 좋아서(...) 게다가 병원이 가까우니까 가긴 가는데, 마지막에 기분 좋게 나온 적이 별로 없는 듯


PM 11:33

거짓말 안 하고 8시부터 방금까지 화장실 50~100번(안 세봐서 모르겠는데 화장실에서 나오자마자 다시 신호가 와서 도로 화장실 가기도 함)은 간 것 같다


별 거 아니라고, 2~3일이면 나을 것 같다며, 수액은 안 맞아도 될 것 같다며, 금식하지 말고 밥 먹으라고 하던 집 앞 가정의학과 선생을 잠시 저주해본다. 병원 안 갔던, 스멕타로만 버텼던 어제보다 더 뒤질 것 같은 오늘인데요?


참고로 8시 반즈음엔가 하여간 스멕타를 먹고 나서도 안 멈춰서 지사제를 두 종류를 처방해줬길래 30분쯤 후에 알약 지사제를 더 먹었는데도 안 멈추고 폭풍 행진이었음... 죽는 줄 알았다. 방금 10분여전까지 화장실을 계속 들락거렸음


지금음 알약지사제를 한번 더 먹었고 12시반쯤에 스멕타를 한번 더 먹어볼 생각. 십알... 지친다 지쳐.. 듀글 거 같다.....ㅠ


온몸의 수분이 다 빠져나가는 느낌이다.... 진짜 물을 마셔도 마셔도 다 나오는 느낌이고 이제 한 3시간쯤 그 짓을 수십번을 반복하니까 머리가 띵할 지경


PM 11:53

며칠 계속 앓다보니 입술에 구순포진도 나고ㅠㅠㅠㅠ 여드름 나고ㅠㅠㅠㅠ 이게 뭔 짓인지 모르겠다....ㅠㅠ


새해인데 30일 저녁부터 앓다보니까 연말연초 느낌 하나도 못 느꼈구요... 게다가 집에 나만 아픈 게 아니라 엄마도 아파서 치맥? 새해인사?? 떡국??? 일단 집에 새해 느낌 자체가 안 남. 그냥 앓는 소리만 남ㅋㅋ큐


1월 3일

AM 2:52

해 뜨기 전에 잠 잘 수 있겠지.......? (헬쓱)

아무래도 괘씸하니 내일 아침 다시 그 병원을 가야겠다 마음을 먹었다. 아예 쏴붙여야겠어.


"선생님 별 거 아닌 것처럼 말씀하셨는데 저 지난 저녁 8시쯤부터 화장실을 수백변 왔다갔다 했어요. 지사제를 4개 먹었는데 하나도 안 들었고요. 온갖 안 좋은 생각이 다 들었걸랑요? 어떻게 생각하세요??"


"전문가"셔서 내 몸도 모르는 환자 입장에선 아무 말도 못하고 쫄아있다가 고개만 끄덕거리다 나오는데, 증상이 심해져서 되돌이켜보니 그게 젼나 ㅈ같은 것이었던 것이었다...


맛있는 것도 못 먹고 화장실 들락거려야 돼서 잠을 못 자고 깨어있다보니 예민 급상승... 다 와봐!!!!! 와봐!!!!!!!


근데 아침이라 비몽사몽+그 선생님 말빨좋음+시간지나면서 누그러짐+막상만나면 순둥모드...될지도 몰라서 제대로 화를 낼 수 있을까 모르겠닼ㅋㅋㅋㅋㅋㅋ 젠장


AM 3:02

이번에 나으면 다시는 그 병원ㅇ르 가지 않으리.... 그렇지 않아도 인기 많아서 오래 기다려야 돼서 짜증났었는데ㅡㅡ


짜증나니까 그냥 딴병원을 갈까? 다시 가봤자 좋아진다는 보장도 없고. 근데 근처 내과는 사람 더 많아서 기다리기 짜증나던데ㅡㅡ;;; 저 밑에 다른 가정의학과 병원을 가야할까... 아 돌겠네


생각해보니 2년여전에도 배 아파서 갔을 때도 약효가 안 들어서 내과로 옮겼었지(....) 내과 약 먹으니 한 방에 나았던=_=;; 그땐 그 병원이 생긴지 얼마 안 됐던 때였더라 별 생각이 없었음


젠장 돈 아깝다. 그냥 아침에 엄마 말 듣고 엄마가 가자던 병원을 갈 걸 그랬다ㅡㅡ 약값만 만원 나왔는데ㅡㅡ 급후회....


근데 이 상태로 과연 병원을 갈 수 있을까.. 15~20분에 한번씩 화장실 가고 있는데ㅡㅡ


PM 7:25

내과 가서 이렇게 금방 나을 것을T0T 도대체 어제 뭔 뻘짓을 한ㄱ ㅓ야ㅠㅠㅠㅠ 내 시간 내 돈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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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월 2일 저녁 8시경부터 시작한 물설사는 지사제 4개를 소비하고서도 멈추지 않고 3일 새벽 4시를 넘겨서까지 계속 됐고 나는 "온몸에 수분이 다 빠져 이렇게 메말라 죽는구나"를 몸소 경험할 뻔했다; 다행히 잘 때는 설사가 멈춰주셨고 낮에 찾아간 내과에서 장염 진단, 처방받은 약을 한 번 먹고 설사는 현재 멈추었다고 한다. 블로그에 글을 열심히 업데이트하고 있는 거 보면 내 기력 90% 정도는 회복한 듯ㅋㅋㅋㅋ 아직도 약간 쳐지긴 한데ㅋㅋㅋㅋㅋ 얼른 나아서 맛있는 거 먹으러 다닐테야. 피자, 삼겹살, 치킨 다 기다려라 내가 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