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에서 순서 기다리는데 로비 텔레비전에 이 프로가 하길래 열심히 봤다. 난 초중고 무조건적인 암기학습에만 길들여져 있기에 씽크빅이랑은 거리가 멀어서 문제 푸는 재미는 못 느꼈지만(...); 그래도 몇몇개 문제가 생각할 거리는 던져주는 것 같아 40여분의 물리치료시간동안 오랜만에 생각에 빠져들 수 있어서 좋았다.
One day God comes to say he will make you live for 10,000 years.
You can live a healthy life in the body in your 20s.
And you will die one night in your sleep very comfortably.
However you cannot kill yourself, you must live for the full 10,000 years.
You won't feel any pain and you won't die.
Even when the earth is destroyed you will survive and be lost in space.
Would you take this offer of 10,000 years of immortality or not?
─ Y사 면접
(번역)
신이 당신에게 수명을 10,000년으로 해주겠다고 한다.
죽는 순간까지 모습이나 신체기능은 20대로 유지되며 건강하게 살 수 있다.
이렇게 10,000년 동안은 불사신으로 살 수 있다고 할 경우,
이 제안을 받아들일 것인가? 거절할 것인가?
입사면접이고 뭐고의 조건을 일단 다 배제하고 생각한 것. 그냥 개인적인 의견일 뿐ㅇㅇ
1. 난 야망은 없는 사람이지만 배우고픈 욕심은 은근히 많은 사람이다. 어렸을 때 재능은 부족했을지 몰라도 음악에 대한 미련은 나이가 먹어갈 수록 커져서 만약 10,000년의 시간이 주어진다면 음악을 배우고 싶고 피아노도 잘 쳐보고 싶고 바이올린도 잘 켜보고 싶고 유명 음악가가 돼서 리사이틀도 열어보고 싶고 또 유명 오케스트라의 단원이 돼서 대가의 작품을 연주할 수 있는 기회가 있었으면 좋겠다. 음악뿐 아니라 글 쓰는 것에도 도전해 보고 싶다. 쓰는 것뿐 아니라 읽는 것에도. 헤아릴 수 없는 세월이 주어진다면 이 세상에 나왔던 모든 책을 읽어볼 수 있는 시간도 주어지겠지. 아, 그 전에 외국어 공부를 열심히 해야겠구나(...) 뭐, 1만년이면 충분히 가능할 듯. 책도 읽고 나만의 이야기도 써보고 싶고 망상으로만 꿈꿔왔던 십구금 이십오금 민셩도 원없이 쓸 수 있었으면....! 하여간 하고 싶은 게 많다. 그림도 보고 싶고 여행도 다니고 싶고... 또, 지금도 "아무것도 안 하고 있"지만 많은 시간이 주어지면 "오랫동안 더 격렬하게 아무것도 안 해보고" 싶다.
이렇게 미시적인 것만 써봤지만, 사실 누가 늙는 거 좋아하겠어. 내가 작년부터 잔병으로 골골대다가 고통과 죽음에 대한 생각을 했던 적이 있었는데, 이거 진지하게 생각하면 굉장히 무섭다. 지금 이 젊음으로 누릴 수 있는 게 얼마나 많은데. 나이가 숫자에 불과하다지만 나이로 인한 신체적, 사회적 장벽이 만만치 않은데 어느 누가 늙고 싶고 죽고 싶어하겠냔 말이다. 저렇게만 만들어준다면 옳다꾸나~! 하고 받아들일 것 같다.
2. 하지만 좋아하는 사람들이 아프고 죽어가는 모습을 보면 끔찍하겠지.. 그리고 혼자서만 아프지 않고 늙지 않는다면 아마 엄청난 괴물 취급 받을지도 (현실적)
3. 그리고 조건으로 제시된 "1만년"조차도 유한하다는 것이다. 물론 인간의 수명인 100년보다는 훨씬 무한에 가깝긴 하지만 어쨌든 1만년도 무한은 아니라는 거. 그러니 결과적으로 보면 이 또한 불사가 아니라는 거(....) 시간은 좀 더 오래 걸리겠지만 인간이 궁극적으로 두려워하고 피하고자 하는 죽음의 공포에서 벗어날 수 없다는 것이다.
4. 난 신이란 존재를 믿지는 않지만 물체가 높은 곳에서 낮은 곳으로 떨어지는 그 당연한 중력의 법칙처럼, 식물도, 동물도, 인간도 일정 수명 이상을 넘지 못하는 것, 즉 현대 들어서 아무리 과학과 의학이 발전하였지만 100년 남짓을 넘지 못하는 것처럼, 인간의 수명이라는 것도 자연의 섭리, 신의 뜻이라고 생각한다. 왜 중력의 법칙인데?-왜 중력이 존재하는데? 와 같은 물음이 어이없고 의미가 없는 것처럼 인간의 수명도 100년 남짓인 게 의문이 필요 없는 섭리일 듯 싶다. (수십억년이 지난다면 깨질..려나?)
뭔가 갈수록 안드로메다로 빠지긴 했지만, 생각할 거리를 만들어 준 문제였다. 사실 물리치료 받으면서 훨씬 더 열심히 생각했었는데 바로 바로 기록을 못하니 뭔가 엉성하고 쓸데없는 대답이 된 것 같지만(...) 그냥 이런 생각을 했었다~ 하는 기록을 하고 싶어서 썼다...ㅎ
Given the numbers 1 to 1000, what is the minimum numbers of guesses needed to find a specific number if you are given the hints "higher" and "lower" after each guess you make.
─ F사 면접
(번역)
1에서 1000 사이의 숫자를 알아맞히려고 한다. 숫자를 추측하여 말할 때마다 '더 크다' 혹은 '더 작다'로 힌트가 주어질 때, 최소 몇 번의 기회가 필요할까?
<모범답안>
최소한이 아닌 최대한을 묻는 것으로 접근해야 한다. (=문제에 함정이 있다) '더 크다', '더 작다'의 두 가지 판단을 하게 되는데 기준을 500으로 두고 제시된 힌트로 숫자의 범위를 반(1/2)씩 좁혀가는 과정이 된다. 2의 9제곱은 512이므로 최대 9번을 물어보면 숫자를 추측할 수 있게 된다.
전문가가 평가 포인트를 설명해 주는데, '논리적 알고리즘과 패턴 분석'을 중요시 하는 기업의 성향을 잘 파악해 놓고 있으면서 문제의 함정에 빠지지 않고 오히려 오류를 지적해 듣고자 하는 답을 이끌어 내는 게 목표라는 문제(....)
하기사 최소한이라고 하면 논리력 제로에 알고리즘이 뭔지도 모르는 나 같은 사람도 풀 수 있는 문제니까(....) 이런 거 맞춰내는 사람들은 평소에 문제를 바라보는 시각이 어떤지 궁금하다.... 뇌를 파헤쳐 보고 싶다 (헠헠)
ㅎㅏ석진이 제시한 답안이 내 머리론 저런 접근법은 생각도 못해서 놀란데다 재밌는 답안이라 계속 계속 저 문제와 답안이 머릿속에 맴돌았었다.
입ㅅㅏ면접 문제들은 문제 자체만 놓고 풀이를 해서는 안 되고 기업의 성향과 현재 주안점들을 잘 파악해놓고 그것에 맞게 답을 제시해야 하기 때문에 정말 씽크빅이 장난 아니게 필요할 것 같다ㄷㄷㄷ 그러니까 난 안 되지Orz