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호텔 방에 짐을 옮겨두고 강연회가 열리는 장소까지 내려왔다. 그런데 너무 일찍 도착해서 카페에 앉아 기다려야 했다.
"너에게 주고 싶은 것이 있어."
그가 조그만 붉은 주머니를 건네며 말했다.
주머니 속에는 오래되어 녹이 슨 메달이 들어 있었다. 한쪽 면에는 자비로운 성모가, 다른 면에는 예수의 성심(聖心)이 새겨져 있었다.
"그거 네 거야."
내가 놀라는 걸 알아채고 그가 말했다.
마음속에서 다시 경고음이 울리기 시작했다.
"어느 날이던가, 지금처럼 가을이었지. 우리가 열 살 때였을 거야. 너와 함께 커다란 참나무가 있는 광장에 앉아 있었어. 나는 네게 뭔가를 말하려고 했었지. 몇 주 동안 계속 연습했던 말이었어. 하지만 내가 말을 막 시작하자마자, 네가 메달을 잃어버렸다고 했어. 산사투리오의 작은 예배당에서 말야. 넌 나한테 거기 가서 메달을 찾아봐줄 수 있느냐고 물었어."
기억이 났다. 세상에! 기억이 났다…….
"난 메달을 찾았어. 하지만 광장으로 돌아갔을 때는 이미 오랫동안 연습했던 그 말을 할 용기가 사라졌지. 그래서 나 자신과 약속했어. 내가 그걸 완전한 문장으로 말할 수 있을 때 네게 메달을 돌려주겠다고. 거의 이십 년 전 일이야. 오랫동안 잊으려고 했지만, 그 문장은 늘 그곳에 있었어. 그 문장을 속에 담고는 더이상 살 수가 없어."
그는 들고 있던 커피잔을 내려놓고는 담배에 불을 붙였다. 그리고는 오랫동안 천장을 올려보았다.
"아주 짧은 문장이야."
그는 이윽고 나를 바라보았다.
"사랑해."
─ 파울로 코엘료 (이수은 역) <<피에트라 강가에서 나는 울었네>>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