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말

diary
2014.11.26

...이야 벌써... 그래, 시간아 훠이훠이 지나가 버리렴. 사실 나이 한 살 더 먹는 게 싫어서 바짓가랑이라도 붙잡고 싶은 심정도 있었는데 아무리 생각해도 2014년은 영 아니야. 나이 한 살 더 먹고 추해지겠지만 차라리 얼른 지나가버리는 게 좋을 것 같아. 너 얼른 가버려.

 

아프던 건 나아졌다. 매일 왼쪽 배가 쑤시지 않는 게 얼마나 큰 행복인가 생각했다. 그리고 언제 재발할까 무서웠다. 가끔은 조금씩 또 아프기도 했다. 막상 손으로 눌러보면 크게 아픈 지점은 없는데 왠지 아픈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가정의학과 의사 선생님 왈, 피로와 누적된 스트레스로 인한 병이란다. 10월 아팠던 당시 생각해보면 피로는 잘 모르겠지만 스트레스 받을 만한 일이 전혀 없었는데, 오히려 아프고 나서 스트레스 대박 치솟았는데 왜. 아무튼 지금은 괜찮아졌으니까 이대로 꾸준히 관리하면 괜찮겠지.

 

...는, 다른 쪽에 문제가 생겼다. 이번엔 위가 아프다. 뭘 먹으면 트림을 수십번 하고 목에 뭐가 걸린 것 같고 속이 땁땁(답답 아니다 땁땁 이다)하고, 속이 땁땁하니 머리가 다 아프다. 장 문제 다음엔 위 문제냐며. 체한 줄 알고 소화제 먹었는데 오히려 머리만 더 아프고 난리다. 저녁 거르고 엄마가 병원에서 타먹는 위장약을 받아 먹었는데 땁땁한 건 좀 풀리는 것 같다. 머리는 여전히 아프다.

 

시험공부는 지지부진 하다. 나의 만렙 게으름+삐걱거리는 몸상태 때문에. 도서관 출석을 매일 거의 빼먹지 않는 친구의 부지런함을 배우고 싶다. 나는 이 핑계 저 핑계 사연도 갖가지인데. 왜 나는 이렇게 게으른 걸까.

 

요즘 유머 사이트 돌아다니다보면 "도서관에 가야 하는 이유"라는 제목으로 고백 받는(....-_-+) 글들 올라와서 더 짜증이다. 나도 도서관 다니는데 나는 왜! ...그런 일이..ㅠㅠ 없는 걸까..ㅠㅠ 하기사 그렇게 띄엄띄엄 다니는데 그런 걸 받을 수 있을리가. (근자감)

 

다자이 오사무의 인간실격, 김영하의 보다, 필립 로스의 전락, 아멜리 노통브의 푸른 수염을 빌려왔다. 하는 것도 없는데 정신 없이 시간 흘려 보내랴, 건강 문제에 신경 쓰랴 활자 읽는데에 요즘 통 소홀하였다. 이번엔 좀 다 읽고 반납할 수 있기를.

 

아무래도 요즘의 나는 불안증세가 심해진 것 같다. 왠지 건강염려증도 있는 것 같고. 뭐만 아프면 큰병 아닐까 걱정부터 한다. (한 달 넘게 시달리다보니 자연스레 이렇게 된 걸 수도 있고ㅠ) 전쟁날까 무섭고 밖에 나가서 사고날까 무섭다. 정작 그런 걱정하는 사람 중에 큰병 걸린 사람은 별로 없다는 거 잘 알고, 전쟁? 말도 안 되는 소리고, 사고 당하는 것도 역시 말도 안 되는 건 잘 아는데, 문득 그런 불안한 생각이 머리 한 켠에서 떠나지 않을 때가 있다. 가끔은 누가 좀 괜찮다며 안아줬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든다. 솔직히 요즘 조금 외롭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