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종일 아무렇지도 않았는데 잠에 들려고 눕는 순간 앞니에 번개가 내리꽂혔다. 그리고 밤새, 새벽 내내 이 속에서 내리꽂는 번개를 견디다 못해 이가 빠질 것만 같은 고통을 부여잡고 한 숨도 자지 못했다... 덕분에(?) 며칠에 하나 볼까하던 미드를 어젯밤엔 두 개나 봤다! (응?) '제발 아무 일도 아니기를/아무 일도 아니라면 오히려 더 문제'라는 상반된 두 생각을 지니고 결국 치과에 다녀왔다ㅠㅠ 참고로 나는 병원을 좋아하질 않아서 웬만히 눈에 띄는 증상이 나타나질 않으면 잘 안 가는 편인데, 이렇게 재깍, 특히나 치과에! 바로 가게 됐다는 건 너무너무 아팠단 얘기다. 집 앞 단골 치과로 달려갔는데 거진 6년여만에 방문이었다... 엑스레이를 찍었는데 엑스레이상으로 볼 땐 별 문제 없어보였다. 그러나 진단을 위해 이를 두드리자마자 내 입에서 비명이 쏟아졌고 10여년 전에 이미 수차례 떼웠었던 앞니가 2차적으로 썩었다는(...;) 통한의 진단을 받았다. (1. 외부적인 충격에 고통이 있을 수 있다. 2. 또 썩어서 그럴 수 있다. 였는데 다쳤을 리가ㅠㅠㅠㅠㅠㅠ) 게다가 비명의 강도(?)로 보건데 뜯어 보면 신경 전체가 괴사돼 있을 거라는 끔찍한 설명도 덧붙여 주셨다. 그리고 뜯기 시작했는데, "시리거나 아프면 손 드세요" 하셨는데 뜯기 시작한지 15초 만에 손 들고 몸 전체가 의자에서 일어날 뻔했다. 그리고 선생님 왈, 안에 염증이 그득그득 하네요. ㄷㄷ 오늘은 너무 아파서 다 못 뜯고 내일 모레 다시 오시라고. 진통제 처방해 줄테니 밥 먹고 약 먹으라고. 치료는 예전에 떼웠던 거 다 들어내고 뿌리에 신경치료를 해야한다고. 말 한 마디 한 마디가 앞으로의 고통이 느껴지는 듯 해 절로 찌릿찌릿 거렸다... 아...
사실 이 욕 나오는 앞니는 내 2X년 평생 괴롭히고 있다. 남들은 잘 썩지도 않는다는데 왜 내 앞니는 자꾸만 썩어서 고통에 내 돈까지 갈취해 가나! 그렇다고 밤에 양치질을 안 하고 자는 것도 아니고. 부정교합이 심해서 그렇다고 하기에 다른 이도 아니고 앞니가 썩어댄다는 건 도무지 내가 생각해도 이해가 안 된다. 하여간 이번에도 몇 십만 원의 돈과 살 떨리는 고통이 예상된다.
게다가 몇 달 전에 이미 앞니에 고통이 약간 있어서 병원을 찾은 터였다. 비록 원래 다니던 치과가 아니라 다른 치과로 잠시 옮겼었지만. 간헐적으로 앞니가 아파서 치과에 간 거지만, 잠시 옮겼던 그 치과에서는 앞니에 대해 별 말이 없길래 아무것도 아니었나 싶었는데 몇 달 뒤에 이렇게 통수를 칠 줄이야! 꼭 다니던 치과로 가세요...ㅠㅠ
내 기억이 시작되는 시점에서부터 나는 이미 치과를 다니고 있었다. 어렸을 때부터 지금까지 3~4군데의 치과를 다녔었고 오늘 간 치과는 약 12년 쯤 다녔던 곳. 신경치료도 한 두 번이 아니었지만, 이번에 썩은 앞니를 뿌리치료를 해야된다길래 뿌리치료가 뭐지? 했는데 선생님이 친히(;;) 10여 년 전에 어금니 옆에 있는 이 떼운 거, 뿌리치료로 한 거 였는데 기억 안 나요? 라고 하길래 기억이 안 난다고 했다. 사실 기억이 난다-_- 안 날 수가 없다. 왜냐면 그 날 치과에서 끄아아라아아아아아아아락아라알아아아아앙ㄺ! 울며 지랄발광을 하는 바람에 옆에 서 있던 간호사들이 전부 내 손발 부여잡고 무슨 고문 받는 양(..) 신경치료를 받았기 때문에..... 그 아픈 걸 또 겪어야 하다니ㅠㅠㅠㅠㅠㅠㅠㅠ 이번에도 울다 못해 손발 붙잡힐까 두렵다..ㅠㅠㅠㅠ 신이시여, 왜 제 앞니에 저주를 내리셨나이까..ㅠㅠㅠㅠ
근데 그땐 왜 그렇게 아팠는지 모르겠다. 마취를 안 했었나?;; 아니면 마취를 했는데도 그렇게 아팠나?;;;;; 아, 이번엔 제발 안 아프게 해주세요..ㅠㅠㅠㅠㅠ 돈 나가는 것도 무섭지만 당장엔 잇몸을 흔들고 뇌까지 쑤시고 올라갈 고통이 더 무섭다..ㅠㅠㅠㅠ 제발 안 아프게 즈에발..
안 빼고 냅두고 있던 사랑니 두 개도 몽창 썩었다고 한다..-_- 아니 몇 달전에 잠시 옮겼었던 그 치과는 설마 돌팔이도 아닐테고 왜 썩은 걸 말 안 해줬냐고..ㅡㅡ; 썩었다고 했으면 그때 뺐을 텐데. 근데 사랑니 빼는 것도 무섭다ㅠㅠ 6년 전에 첫 사랑니를 뺐었는데 그때 너무 아파서 1주일 동안 볼이 탱탱 부었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주변의 여러 사람들에게 사랑니 빼면 진짜 진짜 아프다고 너네들도 조심하라고 얘기하고 다녔는데, 사랑니 뺀 주변인들이 내 얘기 듣고 겁 먹었었는데 막상 빼니까 별로 안 아프던데 왜 너 혼자 호들갑? 이라며 오히려 날 비웃었다ㅠㅠㅠㅠㅠ 왜 비웃어ㅠㅠㅠㅠ 진짜 아팠단 말이야ㅠㅠㅠㅠ 왜 나만 아팠냐고ㅠㅠㅠㅠㅠㅠ 난 그때 너무 아파서 공포심에 두번째 세번째 사랑니 난지 몇 년째인데 아직도 못 빼고 있단 마뤼야...ㅠㅠ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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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팠는데 약 먹을 정도는 아니었냐고 선생님이 물어보셨었는데, 약 찾을 정도는 아니었다. (그리고 이를 두드리는 순간 비명을 질렀지만) 제 아무리 앞니 속에서 번개가 쳐대도 뱃속에서 블랙홀이 이는 것 같은 생....리....통에 비하면 멍 든 수준에 불과하다. 주기 오기 며칠 전부터 이번엔 얼마나 아플까 불안감에 정신병마저 걸릴 정도니까. 약 기운이 아니면 정상생활 거의 불가능... 과연 고통을 느끼는 게 축복일까, 아니면 고통을 느끼지 않는 게 축복일까. 작년에 미드 블랙리스트에서 고통을 못 느끼는 사이코패스 이야기 나왔던 거 생각난다. 오죽 고통을 못 느꼈으면 자신의 신체를 훼손하는 게 자신의 시그니처였던 사이코패스. 어쨌든 아픈 건 싫다. 내가 아픈 것도 싫고 주변 사람이 아픈 것도 싫다. 내가 아는 사람뿐 아니라 스치기만 했던 사람이라도 모두 건강했으면 좋겠다.